최근 들어 다초점렌즈 삽입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백내장과 노안, 거기에 사물이 흐리고 선명하지 않는 난시를 복합적으로 가진 분들이라면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다초점렌즈 시술에 큰 기대를 가지실 텐데요. 하지만 안과에서 광고하는 것과는 달리 너무 많은 불편사항과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어떠한 눈 상태였을 때 수술을 원천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만약 꼭 해야겠다면 어떤 눈상태였을 때 하셔야 하는지 제 경우를 들어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런 눈상태이신 분들은 수술을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한지 딱 2년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써왔고 고등학교 이후에는 난시가 심해지며 난시교정 안경인 다초점렌즈 안경을 쭉 착용했는데요. 다초점 안경을 써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시야가 좁아지고 쉽게 피로해지며 시야를 밑으로 내리면 어지럼 증상 등도 나타나곤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갈수록 안구건조증이 심해집니다. 제가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말리는 분은 바로 이렇게 안구건조증이 심한 분입니다. 봄철이면 눈에서 눈물이 많이 나고 겨울철 히터를 많이 트는 공간에서는 눈이 빡빡하고 뿌옇게 변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안압이 높아지듯 눈에 통증도 빈번하게 오는 것이 안구건조증의 증상인데요. 이러한 눈을 가진 제가 안과에서 쓱 지나가듯 '안구건조증 있는 분들은 시술 후 건조증이 조금 더 심해질 수는 있습니다.'라는 주의사항을 너무 가볍게 지나쳤다는 것이 너무 후회가 됩니다. 건조증이 생길 수 있지만 시간이 가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좋아진다는 설득에 '나도 좋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시술 전 검사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 건조증이 있긴 하지만 심한 편은 아니라는 결과를 듣고 무조건 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그때 당시의 성급함에 후회막급입니다.
안구건조증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은 절대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강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인공렌즈를 삽입하는 순간 안구건조증이 없던 사람들도 생기고 한번 증상이 생기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절대 좋아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안경을 쓸 때는 제 눈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때의 안구건조증은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거나 조금만 신경 써서 스팀팩만 해줘도 금세 좋아지고 좋아지고 관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하고 생기는 건조증은 회생불능입니다. 아무리 스팀팩을 하고 점안액을 수도 없이 넣어봐도 그때뿐입니다. 자동차 전면부 유리에 수많은 스크레치가 난 것처럼 뿌옇고 시야가 흐립니다. 안경을 벗고 안과 도움 없이 밝은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눈은 뻑뻑하고 실지렁이 같기도 짚신벌레 같은 둥글둥글한 뭉텅이가 눈 속에 둥둥 떠다녀 너무 피곤합니다. 책도 오래 볼 수 없습니다. 책을 한참 보다 보면 눈의 압력이 높아지고 글씨가 흐린 시야 속에 점점 안 보이기 때문에 더 보고 싶어도 책장을 덮어야 합니다. 이렇게 노트북으로 블로그 작업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한동안 글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건조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안경을 쓰시는 것이 눈의 통증을 줄이고 불편감도 훨씬 적게 하는 방법이니 수술은 심각하게 다시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초점렌즈의 치명적 부작용은 빛 번짐입니다.
만약 백내장이 진행되어 부득이하게 렌즈삽입술을 해야 하시는 분이라면 그냥 백내장 시술만 하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백내장을 고치는 김에 근시, 난시까지 교정을 한 번에 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로 많은 안과전문가들은 렌즈 하나에 여러 개의 초점을 맞추는 다초점렌즈는 여러 겹의 초점을 하나의 렌즈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사물이 겹겹이 겹쳐 보이는 증상과 야간의 빛 번짐, 안구건조증까지 유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구조적으로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씀하시더군요. 안구건조증만으로도 시력이 확 떨어지는 것처럼 사물이 잘 안 보이는데 빛 번짐까지 심해서 저의 삶의 질은 너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빛번짐은 야간의 신호등이나 운전 시 반대편의 헤드라이트의 불빛만 번져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에 출근 시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내 자동차의 전면부에 있을 때는 태양빛으로 인해 완전히 환한 감옥(!)에 갇혀 버립니다. 눈부신 정도가 아니라 밝은 빛이 눈을 투과해 들어오듯 차선과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자칫 사고로 이어질 것 같은 순간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따라서 빛번짐 방지 안경을 필히 구매해서 쓰고 운전을 해야 합니다. 안경을 벗고 생활하고 싶어 거액의 수술비를 들였고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했지만 컴퓨터 볼 때 안경, 책볼 때 안경, 운전할 때 안경까지 다초점 안경 1개면 족 해던 생활이 이젠 안경 3개는 있어야 기본적인 생활이 되는 상태로 변했습니다. 이외에도 두통, 전면을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휙 아래 또는 옆으로 돌리게 되면 어지럼증도 쉽게 발생합니다.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쓴 듯 갑자기 눈의 초점이 안 맞기도 합니다. 한 가지 좋은 것이 있다면 안경 쓸 때와 달리 마스크를 써도 눈에 김이 안서린다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우울감도 많이 듭니다.
지금까지 다초점렌즈 삽입술에 대한 저의 솔직한 후기를 정리해 봤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워낙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이처럼 부정적인 의견을 올릴 수 밖에는 없지만 간혹 수술도 잘되고 예후가 좋은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안과 전문의들을 찾아다니며 상담하고 내린 결론은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한 10명 중 9명은 저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대부분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기타 예후가 좋은 시력교정술을 받으셔서 시술비도 줄이고 만족도 또한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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