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선선한 날씨와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기 무섭게 지나가 버립니다. 짧은 가을이 지나면 곧바로 주부들의
가장 큰 월동준비가 시작되는데요. 바로 김장 담그기입니다. 각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는
11월 중순 이후부터는 김장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는데요. 오늘은 대표적 발효식품인 김장 담그는 방법과 김치에
풀 쑤어 넣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김장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양념 김장무의 파종시기와 파종방법,
김장배추 심는 시기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장
우리나라에서 김장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려시대 이규보가 편찬한
<동국이상국집>을 보면 김장과 유사한 구절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김장은 참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칩니다. 김칫거리는 배추나 무가 주재료이지만 열무, 갓, 파,
고들빼기, 씀바귀 등 김치 종류는 지방에 따라 모두 합하면 일흔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종류도 다양한 김장김치의 맛의 깊이를 좌우하는 고추와 무, 김장 배추 심는 시기 등을 언제일까요?
고추, 김장 배추, 김장 무 심는 시기
고추 모종은 보통 봄볕이 따뜻한 5월 초에 (5~10일경) 하는데요.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남도의 경우는
이보다 더 늦게 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김장 배추 심는 시기는 보통 8월 15일 이내에 하는데요.
그즈음 종묘장에는 가을배추 모종이 많이 나오니 필요한 만큼 사서 밭에 심습니다.
무는 배추 심는 시기보다 좀더 일찍 씨를 뿌리는데요. 이렇게 심은 무와 배추는 약 석 달이 다 될 때까지
키우게 됩니다. 그리고 어른 가슴팍에 꽉 찰 정도로 크고 배추 속이 샛노랗게 꽉 차오르면 김장 배추로
합격인데요. 보통 판매되는 농협김치는 배추 무게가 보통 5kg 정도이고 3kg 배추김치 제품은 배추 반쪽을
사용합니다. 또한 무는 튼튼한 어른 장딴지만큼 자랐을 때 수확을 하는데요.
김장용 무와 배추의 수확시기는, 된서리가 내리기 전 수확합니다. 이때 배추 겉잎은 모아 짚대로 싸주는데요.
무는 서둘러 뽑아 머리 무청은 싹둑 잘라 짚으로 머리채 잡아 매달아 놓듯 총총 엮어서 응달에 달아 맵니다.
이렇게 배추 시래기, 무 시래기를 만들어 놓으면 겨우 내 섬유질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중요한 반찬으로 쓰입니다.
김장 담그는 방법
김장을 우리네 조상들은 " 김치가 제 맛을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 고 했습니다.
첫째,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번 죽고
둘째,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또 한 번 죽고
셋째, 조금에 절여지면서 다시 죽고
넷째, 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다시 한 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낸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풋내 나는 겉절이 인생이 아닌 김치 인생을 살아라'는 뜻으로 김치의 깊은 맛을 통해
푹 익은 인생을 살라는 조언 하듯 하는데요. 김장이라고 해서 다른 계절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름의 겉절이와 부드러운 봄배추처럼 젓갈을 조금 넣고 풀도 생략하는 경우와 달리 갖은양념을
듬뿍듬뿍 넣고 젓갈과 풀도 풍부하게 쑤어 넣어 겨우 내 발효시켜 먹게 됩니다.
배추 절이기
1. 배추는 반쪽으로 가르고 반으로 자른 배추의 가운데 심지 부분은 살짝 칼집을 냅니다.
2. 자른 배추는 자른 단면이 위를 보게 두고 간수를 뺀 천일염을 직접 뿌리거나 또는 찬물에 녹여서 켜켜이 뿌려줍니다.
3. 소금간이 된 배추는 아래, 위의 배추끼리 바꿔주기를 하며 소금물에 간이 벨 수 있도록 합니다.
4. 간이 밴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배추의 하얀 줄기를 손톱으로 눌렀을 때 소리 없이 갈라지면 간이 잘 벤 것이고
간이 잘 베지 않았을 때는 딱! 갈라지는 소리가 납니다..
5. 간이 잘 들었다면 배추를 흐르는 물에 2~3번 깨끗하게 씻어 채반에 뒤집어 켜켜이 쌓아 놓습니다..
다 씻어 놓은 배추는 물기가 잘 빠져야 양념이 잘 배이고 흥건하게 김치 물이 생기지 않으므로
되도록이면 물기가 하룻밤 채반에서 완전히 빠지도록 나뒀다가 다음 날 김치를 담그면 좋습니다.
김장 담그기
6. 김장을 하기 전, 김치 속을 만드는데요. 배추 속재료는 각 지방마다 다르고, 집집마다 쓰는 양념 방법이
다양하고 다른데요. 무를 숭덩숭덩 잘라 채를 쳐 놓고 여기에 찹쌀 풀, 다진 마늘, 으깬 생강,
천일염, 집 간장, 매실청, 설탕, 조미료 등을 넣는 집도 있고, 배와 양파, 갖은양념을 갈아서 물기를 꽉 짜고
그 물에 김치 풀과 고춧가루, 부추, 쪽파, 채 썬 무 등을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속이 꽉 차야 맛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속이 많은 것보다 깔끔한 양념으로 맛을 낸
김장 김치를 선호하기도 하니 각자의 입맛대로 양념을 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이러한 갖은양념은 기본이고 감칠맛과 깊은 풍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아미노산 덩어리인 멸치젓, 어리굴젓, 새우젓을 두루 부어 함께 버무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념을 나중에 배춧잎 사이에 집어넣어 김장 김치를 만듭니다.
김치에 풀 쑤어 넣는 이유
여기쯤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고추장이나 깍두기, 동치미, 김장 등을 할 때 그렇다면 왜 찹쌀이나 멥쌀, 밀가루로 풀을 쑤어 넣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드는데요. 이것들은 바로 세균들이 먹고 번식(발효)할 먹잇감(배지)이 됩니다.
즉 푸성귀나 다른 양념에 든 양분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니 세균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이런 식으로
보충해 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보통 미생물들은 짠 소금에 죽어 버리지만 염분에 끄떡 않는 내염성 세균인
유산균이 남아서 김치를 익히는 것이지요. 이렇듯 김치에는 과학적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김치를 눌러 담는 이유
김치를 눌러 담는 데에도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김치를 힘들게 눌러 담는 이유는 김치에 사는 유산균들이
산소가 있으면 되레 죽어 버리는 혐기성 세균이기 때문인데요. 공기(산소)를 다 빼 없애야 유산균들이
살아서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김치를 담을 때는 꾹꾹 눌러 담아야 합니다.
이렇듯 김치 속 유산균들은 소금에 죽지 않고 산소를 싫어하며 낮은 온도를 좋아하는데요. 김칫독을
응달에 묻어 두면 겨우내 그 속의 온도가 변함없이 영하 1도 정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를 본떠 만들어진
것이 바로 김치 냉장고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세균들은 그 수를 늘리면서 유기산을 많이 만들어내며
김치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데요. 아주 잘 익은 김치에는 유익한 유산균이 99%이고 다른 세균이나 곰팡이가
1%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산균도 시간이 지나 김치가 시어지면 산도가 떨어지게 되는데요.
어느 순간 유산균들이 맥을 못 추고 시들시들 죽어 가게 됩니다. 시어진 김장 김치에서 하얗게 곰팡이가 피는 것은
여태 숨죽이고 있던 곰팡이 무리들이 득세하면서 김치에서 군내가 나고 국물이 초가 되는 것인데요.
이것은 일종의 부패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주 시어진 묵은 김치에는 유산균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발효 식품인 김장김치 담그는 방법과 김치에 풀 쑤어 넣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현대는 김치냉장고가 개발되어 과학적으로 관리가 되고 한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와 함께 영양보충이 풍족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김치 말고는 대신할 만한 음식이 별로 없었는데요. 이렇게 보관성이
좋은 김치를 현대인들은 그다지 많이 섭취하지 않는 생활패턴을 이루고 있지요. 그러나 누가 뭐래도 김치는
우리 조상들의 넋이 담긴 발효된 종합 영양 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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