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2022년 여름이 지나고 추분과 함께 청명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청명하면서도 저온, 건조한
날씨가 다가오면 우리 조상들은 겨우살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세균 번식이 덜한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한 해의
집안 농사라고 하는 메주를 쑤기 시작하는데요. 오늘은 한국인의 대표 발효식품이며 노화방지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고 밝혀진 재래식 된장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재래식 된장
재래식 된장은 여느 식품이 그러하듯 가장 중요한 것이 메주콩을 고르는 것입니다.
크기가 고르고 겉이 반질반질한 품질 좋은 국산 메주콩을 사용해야 맛 좋은 재래식 된장을 만들 수 있으므로
재료 선정에 각별히 신경을 써 준비합니다.
메주 만드는 법
1. 물에 메주콩을 탱탱하게 불려 푹 삶아 절구에 넣고 곱게 찧어 냅니다.
3. 찧어 놓은 메주콩을 뭉텅뭉텅 한 덩어리씩 뜯어 내어 엎어치고 메치면서 납작납작하게 큰 목침 크기로
모양을 만들어 놓습니다.
4. 만들어진 네모난 메주형태는 훈훈한 온돌방에 볏짚을 깔고 차곡차곡 쟁여서 며칠을 띄웁니다.
5. 겉이 꼬들꼬들 어지간히 마르면 볏짚대로 면을 따라 사방으로 메줏덩어리를 묶어 따뜻한 방 안 천장에
줄줄이 메달아 겨우내 말립니다. 예전 시골집에서는 사람과 메주가 한 방에서 한 겨울을 났는데요.
메주 뜨는 냄새가 역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냄새를 맡다 보면 대부분 면역이 되면서 되레 구수하게
나기도 합니다.
6. 방 안에서 겨울을 보낸 메주는 이듬해 이른 봄 묶어둔 짚을 풀고 꺼내서 땡볕에 말려 잡균을 없앱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볏짚이나 공기로부터 여러 미생물이 저절로 묻어 들어가
콩을 발효시키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술은 '빚기' 장은 '담그기'입니다. 그런데 메주는 '띄우기'라 부르는데요.
띄우기는 곧 '발효'를 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된장은 '발효식품'으로 구분됩니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하필이면 바닥에 볏짚을 깔아주거나 칭칭 묶어 천정에 메달까요?
그 이유는 지푸라기에 '고초균(Bacillus subtilis; 마른풀세균)'이라는 세균이 덕지덕지 묻어 있기 때문인데요.
풀에도 많지만 주로 흙에 사는 고초균은 막대 모앙인 막대 모양의 간균(桿菌)이고 편모를 가지고 움직이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주 잘 견뎌냅니다. 또한 '서브틸리신(subtilisin)'이란 단백질 분해 효소를 분비하여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바꿔 줍니다. 마른풀세균 말고도 사방에 온통 널려 있는 털 곰팡이 같은 여러 곰팡이도
메주를 띄우기에 관여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해서 까슬까슬 잘 마르고 메주 속까지 고르게 뜨고, 노르스름한 색과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이 잘 뜬 메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메주가 잘 떠야 맛깔난 간장과 맛난 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간장 만드는 법
7. 이듬해 2~4월 경, 장 담그는 날이 오면 깨끗하게 씻은 독을 짚불로 눅눅한 안을 살짝 그을려 살균합니다.
그런 다음 자외선 소독을 위해 독의 입구를 햇살이 바른 쪽으로 돌려놓고 빛살이 독 안에 들게 놔둡니다.
8. 알맞은 크기로 쪼갠 메주를 장독에 반쯤 채우고 받아둔 맑은 소금물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덮습니다.
이때, 독 안 맨 위에는 빨갛게 달군 참숯 몇 덩이와 마른 고추 몇 개를 띄워 불순물과 냄새를 없애줍니다.
9. 마지막으로 부정을 막기 위해 장독 언저리에 금줄을 매고 종이 조각을 끼우면 장 담그기가 끝납니다.
10. 장독은 햇빛이 잘 드는 장독대에 놓고 맑은 날이면 뚜껑을 열어 햇빛을 충분히 쐬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아줍니다.
11. 이렇게 한두 달을 보내고 나면 메주에 든 아미노산이 우러나오는데요. 간을 맞추는 시기는 간장이
갈색을 띠는 시기입니다. 간장이 이렇게 갈색을 띠는 이유는 아미노산의 분해 산물인 멜라닌(melanin)과
멜라노이딘(melanoidin) 때문인데요. 영락없이 콜라 빛에 짭짤한 소금기와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나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간장은 숙성되는 동안 콩단백질, 전분질, 지방 등이 분해하여 생기는 아미노산,
유기산 등이 혼합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내게 됩니다.
된장 만드는 법
12. 간장을 담은 지 약 40일이 지나면 장이 익는데요. 이때 독에 떠있는 메주를 큰 그릇에 건져 내 질척하게
고루 치댑니다. 된장을 담을 항아리는 미리 씻어서 햇볕에 바싹 말린 다음 밑바닥에 소금을 조금 뿌리고 녹진한
된장을 담아 꾹꾹 누른 뒤에 웃소금을 덧뿌려 망사를 둘러 항아리 뚜껑을 조심스레 지그시 덮어 둡니다.
13. 이렇게 한 달쯤 두면 푹 삭으면서 이내 맛이 든 재래식 된장이 완성됩니다.
<된장의 역사>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미 된장과 간장이 한데 섞인 걸쭉한 것을 담가 먹었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기술이 발달되어 지금의 형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노화방지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재래식 된장 만드는 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된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먹는 된장국, 된장찌개, 된장소스 등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요리의
주재료, 부재료가 됩니다. 또한 고기의 잡내를 잡는 향신료로도 사용되고 장이 나빠 소화 흡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건강식품으로 오래 사용되어 왔습니다. 발효식품의 중심에 있는 된장을 이용하여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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